11월 15일 목요일
오늘은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수능을 본지 어느덧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이 다 되어 갑니다.
현재 19살 고3 수험생들과 딱 10살 차이나는 인생 선배로서
옛날 옛적 제 이야기를 끄적끄적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관악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습니다.
수능 당일.
아빠, 엄마와 함께 이른 시간에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저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있었고,
정문 앞에서는 같은 고등학교 후배들이 응원 인사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제 모교는 아마 아직까지도 전통이 있을 겁니다.
각종 동아리를 가입한 학생이라면 1학년에서 2학년의 선후배들이 모여
수능 전날부터 각 근처 고등학교에서 자리를 선점한 후
응원 준비를 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능 당일 날의 선배 응원을 위해 야외에서 밤을 지새고
다음날 아침까지 응원을 이어갑니다.
그 날도 마찬가지로 후배들의 인사를 받았고,
저 외에 같은 학교 동창 두명이 제 옆에 함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응원을 받으며 인사를 나누는데..
동시에 모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저 혼자의 눈물이 아니라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엄마 셋, 총 여자 여섯명이 처음 방문하는 학교 앞에 서서 폭풍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날의 기억이 선합니다.
왜 눈물이 나왔냐구요?
그동안 키워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
수능만 보면 성인이 된다는 후련함
하루만에 모든 인생이 결정 될 것 같은 두려움
만감이 교차하면서 폭풍 눈물에 콧물까지 흘렸습니다.
아마 그 눈물에 두려움을 떨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드디어 시험장에 입성했습니다.
모르는 학생들로 가득한 교실,
낯설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합니다.
무사히 언어, 수리영역 시험을 마치고
같은 학교 친구들과 만나 옹기종기 모여 엄마께서 싸주신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그 날의 도시락을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겼기 때문이죠.
된장찌개, 두부조림, 소세지, 하트 콩이 올라간 밥, 숭늉 그리고 손편지까지
밥먹기 전 손편지를 읽는 순간
또 다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인사와
응원 메세지
사랑한다는 말까지..
눈물을 닦으며
밥을 먹습니다.
이상합니다.
밥 맛이 꿀맛입니다.
긴장하고 열정을 다 쏟아내서 그런지 정말 배가 고팠나봅니다.
도시락을 깨끗하게 비우고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화장실에서 나도 모르게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외국어 시험이 바로 시작되는데...
식은 땀이 납니다.
재빨리 교실로 허겁지겁 달려가니 이미 외국어 시험지가 배포되었습니다..
급하게 땀을 닦으며 시험에 응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원 섭섭하게 수능시험이 끝났습니다.
그 때의 제 기분은 이제 그냥 이미 난 이십대다 라는 느낌이 들었고,
이제 날 가로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나도 화장도 하고 캠퍼스를 거닐어야지.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마음 속은 후련했습니다.
다 마무리를 짓고 학교를 나오면서
친구들과 함께 미니 일탈을 했습니다.
닭갈비를 볶음밥까지 거하게 순삭하고,
노래방에서 두시간을 넘게 쇼파위에 올라가 흔들며 춤을 췄습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두시간만에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가서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집에 도착하니,
엄마께서 호통을 치십니다.
저희 엄마께서 말씀하시길
제가 수능을 망쳐서 인생을 정리하는 줄 아셨다고 합니다.
그럴리가요.
저는 시험의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물을 엎질러졌기 때문이죠.
어떤 결과가 있던 간에 앞으로 잘 살면 된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참 어린시절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지금 현재 수능 시험을 치른지 10년이 지난 저는
눈물을 흘렸던 수능 날은 잘 기억도 나지 않고,
회사는 잘 다니고 있고,
큰 포부도 지니고 있는
일명 꿈부자 입니다.
제 삶의 목표는
' 후회하지 않는 인생 '을 사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던 제가 한 행동과 말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하지 않았으면 기대를 하지 말고,
노력을 해도 인생이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후회, 우울, 좌절, 짜증을 거듭하기 보다는
그냥 하루 하루를 소소하게 열심히 살아가는게
인생선배로서
오늘 고생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 입니다.
오늘 아마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만감이 교차 할 겁니다.
모두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수용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기엔 청춘이 너무 아깝습니다.
모두 화이팅 입니다.
-18.11.15
내 이야기 끝.
'1 )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보문고 보라쇼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방법 (0) | 2018.11.17 |
---|---|
블로그 시작으로 변화된 삶 (14) | 2018.11.16 |
내 별명은 여자 유노윤호 (5) | 2018.11.14 |
나의 오랜 친구 눈 다래끼에 관하여 (6) | 2018.11.13 |
SMAT 서비스 경영자격 1급(컨설턴트) 취득 후기 (0) | 2018.11.12 |